뱃살날다 리뷰(컨텐츠 리뷰)

[★★★★] 영화 리뷰 - 리틀 포레스트(2018). 본격 힐링 시골 판타지

뱃살날다 2020. 11.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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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본격 힐링 시골 판타지

< 세줄 요약 >

어느 겨울, 서울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혜원은 시험에 낙방하고 남자친구의 합격조차 진심으로 축하할 수 없는 지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겨울만 보내고 가야지, 했던 생각과 달리 소꿉친구인 은숙과 재하와 함께 손수 키운 농작물로 한끼 한끼를 만들어 먹고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평화로운 농촌의 사계절을 모두 보내게 된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엄마와의 추억을 마주하며 엄마가 자신을 이 곳에서 키운 이유를 깨달은 혜원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마주하기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뱃살날다 리뷰>

2018년은 사랑스런 영화가 풍년인 해였다.
콜미바이유어네임, 어벤져스, 완벽한 타인, 다운사이징,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쓰리 빌보드, 데드풀2, 서치, 플로리다 프로젝트, 로마,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 부탁하나만 들어줘... 그리고 리틀 포레스트. 코로나로 영화계가 시련을 겪고있는 올해에 비하면 그런 때가 있었었나? 싶을 정도.  

포스터에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영화라고 써있던데 말 그대로다.

삼시세끼 예능을 보면서 사람들이 느끼던 위로 - 서로에게 날이 선 채  각박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현대인이 직접 땀흘려 일군 농작물로 정성들여 소박한 한끼한끼를 준비하고 맛을 음미하고, 음식에 얽힌 소소한 추억들을 가까운 친구들과 나눠가는, 아무것에도 쫓기지 않는 평화로운 일상. 그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우선은, 혜원이 징징거리지 않고 덤덤한 성격이라 좋았다. 눈물바람 없이 그저 담담한 나레이션과 연기 만으로도 혜원이 서울에서의 생활에 얼마나 지쳐있었는지 느껴졌다. 꿈과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남자친구에게 축하한단 말조차 진심으로 건넬 수 없을만큼 좌절한 마음을, 혜원은 그저 '배가 고파서 돌아왔다'는 말로 대신한다.

그런 혜원에게 고향 친구들과 친척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다. 시골 밤이 무서울까봐 온기 있는 것들은 뭐든 마음에 의지가 되는 거라며 강아지 오구를 주고 가는 재하. 쌀이며 반찬이 떨어질 때쯤 찾아와 밥을 먹이고 반찬을 챙겨주는 고모. 뜬금없이 찾아와 '혜원아 니 무라'며 닭 한마리를 던져주고 가는 마을 어르신(ㅋㅋㅋ)... 내 몸하나 챙기고 살기도 힘겨운 서울과 달리 고향 사람들은 무심하게, 그러나 세심하게 서로를 챙긴다.

봄이면 봄나물을 뜯고, 여름이면 무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에서 수박과 토마토를 베어먹고 밤이면 개울가에서 다슬기 잡이를 하며 오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가을이면 밤과 감을 주워 정성들여 곶감과 단밤을 만들고, 겨울엔 얼큰한 수제비와 따뜻한 배추장국... 농촌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정성들여 만든 아기자기한 음식들을 혜원이 음미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 내 마음까지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판 리틀포레스트를 보고 일본 원작도 찾아서 봤는데 일본판도 괜찮았다. 한국판이 다소 판타지스럽게 묘사된 부분이 있어서인지 좀 더 현실감있는 일본 원작에 대한 호평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혜원이 좌절하게 된 상황에대한 공감이나 주인공의 성격, 장면의 호흡, 시골생활의 묘사가 한국판이 더 내 정서에 맞는 것 같다. 물론 시골생활에서 예쁜 장면만을 떼어 판타지스럽게 묘사한 점이나 실제 시골에서는 먹지 않을 것 같은 원작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음식들이 지적을 받고있긴 한데,  전체적인 영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인지 난 별로 거슬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거슬렸던 부분은 혜원 모녀에 대한 설정인데, 아직 대학도 안간 딸래미 수능 끝나자마자 아무 말도 없이 (물론 편지는 남겼지만) 인수인계(?)도 안하고 훌쩍 떠나 졸업할 때까지 서로 연락도 안하고 산 엄청난 자존심의 모녀... 아직 어린 혜원이 엄마의 인생과 엄마의 선택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을테니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어른이니까) 최대한 설명하고 설득하고 아이가 대학 입학하는 거 보고 떠나도 되지 않나.. 꼭 그렇게 훌쩍 아무말 없이 떠나버렸어야했나.. 게다가 서로 연락도 안하고 명절에도 안보고 몇 년을 그렇게 보낸거야 대체... 그런 부분은 설정을 좀 현실적으로 바꿔도 됐었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 곳의 흙 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

이 대사는 영화 전체에 대한 감상으로 내 마음에 남는다. 삶에 좌절이 찾아오는 순간마다 마음을 위로해주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는 나만의 리틀포레스트가 있다면. 그 여운 때문에 가끔씩 이 영화를 꺼내보게 되는 것 같다.

요즘엔 넷플릭스에서도 나오던데.. 프로그램 재편성 되기전에 충분히 봐둬야겠다.....

 

이제는 지붕수리도 혼자 해내는 혜원, 홀로 설 준비가 됐다. -리틀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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