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요약하기 귀찮아서 감상후기만 쓰는 스포있는 감상평.
요새 유튜브에서 '과학을 보다' 같은 과학채널에 푹 빠져있는데, 거기서 김범준 교수님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추천해주셔서 나도 한 번 봤다.
기본 정보만 말하자면 '닥터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나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같은 멀티버스를 소재로 한 영화다. 거기에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설정이 적절하게 추가되어 있다.
중국(?)출신 이민자로 미국에서 남편, 딸, 아버지와 팍팍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던 삶에 찌든 '에블린'에게 어느날 '알파 멀티버스'의 남편이 찾아오면서 여러 유니버스를 넘나들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
주요 배우들이 모두 동양계인데다 연기도 무척 좋았고, (특히 조이역의 스테파니 수! 와 남편역의 키호이콴! 이 배우는 로키2에서도 개성있어서 기억에 콕!남은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도 특유의 왱알거리는 말투로 연기하는데 꽤 귀여우심 ㅋ) 무서운 국세청 직원으로 나온 아줌마 배우가 옛날 '트루라이즈'에서의 몸매 끝내주던 아내였다는 얘기는 엄청 충격적. 전혀 못알아봄..ㅎㄷㄷ
멀티버스를 표현하는 방법도 좋았고, 조부 투바키의 미쳐버린 심리상태를 나타내듯 정신나간 의상들이 휙휙 바뀌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런게 싫은 분들도 있을 것 같다. 호불호는 좀 갈릴듯?)
멀티버스를 재밌게 잘 뽑아낸 영화라는 평에 동의.
그런데 영화를 더 잘 즐기기위해서는 원자나 우주의 구조 같은 과학채널 몇 개를 보고 영화를 보면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빌런인 '조부 투바키'이 베이글이니 뭐니 하면서 난리치는 이유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꾸 뭐가 허무하다 그러는데 그 맥락을 모르고 보면 빌런의 고민이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도 물리학 1도 모름 ㅋ )
(이 아래에서부터는 스포를 잔뜩 함유하고 있습니다!!!! 스포가 싫으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누르세요!!!!)
1. 일단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방법 ('점프'라고 한다) 이 너무 재밌었다. 해괴한 행동을 하고나서 멀티버스 이동장치의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그 해괴한 행동이라는 것이 단순하게는 신발 양쪽을 바꿔신는 것에서부터 콧구멍으로 파리 빨아들이기, 날 죽이려고 덤벼드는 적에게 진심을 담아 사랑을 고백하기, 엉덩이 까고 복사기 위에서 복사하기(...), 똥침(...) 등 점점 엽기적으로 변한다.
마치 매트릭스처럼, 다른 멀티버스의 자신에게 점프해서(정신이) 그 멀티버스의 자신의 특성- 쿵푸고수라던가, 요리사의 엄청난 칼질 실력같은-을 다운로드(?)받아 현실의 자신에게 바로 적용시킬 수 있다. 주로 전투 중 위급할 때 전투력을 업그레이드 시키기위해 점프하는데 너무 웃김 ㅋㅋㅋ
2. 어딘가 '루시'와 비슷한 느낌도 난다. '조부 투바키'로 표현되는 진리의 허무성이 그런데,
조부 투바키는 어머니(에블린)의 가혹한 압박 속에 무한한 멀티버스 속에 온갓 형태로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다른 나의 인생을 인지하고나서, 이 세상 모든 것에 허무함과 절망을 느끼고 흑화해 버리고 만다.
유일하다고 믿었던 나 자신이, 알고보니 '나'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공장에 산처럼 쌓여있고 약간씩 다른 버젼으로 계속 출하되고 있는 광경을 보게되었을때의 충격일까?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위해 살다가 어디로 가는가?'는 인류의 오래된 고민이지만, 사실은 너는 그냥 원소의 결합이고 너의 삶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고(굳이 있다면 유전자 전달?) , 죽으면 다시 원소로 흩어질뿐인 존재라는 답을 찾았을 때 허망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내 삶이, 알고보니 내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고, (나는 자유의지로 살고있다는 착각을 하고있었고) 그저 일정한 물리법칙에 따른 뇌의 전기적 신호로 작동하는 유기체일 뿐임을 인지했을 때의 감정일까?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인생이, 우주적 관점에서는 찰나와 같은 순간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의미없는 우주 먼지의 찰나의 결합일 뿐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기분일까?
정확한 워딩은 기억안나지만 우리가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면 발견할수록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멍청하고 하찮은 존재인지 깨닳게된다는 대사가 있었다. 실제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모든것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며, 인간이야말로 만물의 영장이며 가장 뛰어난 존재라고 믿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물리법칙을 발견하고, 지구밖의 거대한 우주를 측정하면 할수록 인간은 겸손해지고 우리는 우주속의 찰나의 먼지에 불과하며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진실을 직면하게된다. 압도적인 우주의 스케일 앞에선 그 어떤 기쁨도, 그 어떤 슬픔도, 어린 아기의 생명력도, 고결한 죽음도, 그 어떤 존재도 하찮아질 수 밖에 없다. 그 어떤 부귀도 영화도 그 거대함 앞에선 부질없어진다.
요새는 우주가 사실은 어떤 거대한 존재가 만든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의 전기적 신호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썰까지 도는 마당에, 삶이 허무하고 모든게 부질없다는 조부 타바키의 말을 반박하기는 어렵지 싶다.
하지막 적어도 에.에.올에서의 삶의 무목적성과 허무함은,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붙이고(알파버스)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조이의 상처와 절망감을 연상시킨다. 모든게 허무하다고 하지만, 모든 멀티버스를 넘나들며 자신이 깨달은 절망감을 공감해줄 어머니를 찾아다니는 조부 타다키의 행보는 사실은 어머니에게 이해받고싶은 처절한 절규이며, 자신을 져버린 어머니에대한 원망처럼 느껴졌다. 모든게 허무하니 함께 죽자고 하지만, 사실은 격렬하게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내게는 이 영화가 우리 삶이 찰나동안 존재하다 허무하게 사라지는 우주의 먼지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찰나의 순간이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히 자신의 마음을 보이고 서로를 감싸안음으로서 삶에 의미가 부여된다는, 더 치열하게 사랑하라는 메세지처럼 느껴졌다.
설사 멀티버스 속에 내가 수없이 다른모습으로 존재한다한들, 이 우주의 내게는 이 삶이 현실이며, 살아가고 해결해야하는 실체 그 자체니까. 그렇기에 우리는 하찮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서로를 지탱하고 살아가야한다. 삶의 의미는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거니까.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그게 삶의 이유니까.
사랑이 없다면 진짜 이 세상은 우주의 먼지일뿐이니까.
3. 우로보로스 아저씨 넘모 귀여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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