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큐는 리틀포레스트와 여러모로 참 닮았다.
꿈이 좌절되고 빡빡한 서울살이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와 시골의 토양과 햇살이 길러낸 것들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혜원처럼,
극도의 번아웃 상태에 빠진 주인공 크레이그 역시 탈진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그가 어린시절을 보낸 바닷가의 다시마숲에서 한 문어를 만나고 교감을 나누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게 된다.
자연과 동물에겐 어떤 경이로운 힘이 있어 상처입은 인간까지도 보듬어 줄 수 있는걸까.
일단 아름다운 대서양 바닷속 다시마숲을 스노쿨링하는 듯한 기분만으로도 마음이 잔잔해지고 힐링이 된다. (가급적 큰 화면 고화질로 보시길 추천!)
* 한 줄 평 : 리틀포레스트 상위 호환 힐링 다큐. 이 다큐를 보면 당신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문어를 보게된다.
* 이런 분들께 추천 :
- 리틀포레스트류의 잔잔하고 마음을 보듬어주는 느낌의 컨텐츠를 좋아하는 분
- 자연,동물,힐링 같은 키워드를 선호하는 분
혹시라도 스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여기서 빽~~~
영화관련 일을 하다 극심한 번아웃으로 더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도 없는 상태의 크레이그는 고향인 남아프리카의 바닷가로 돌아와 지내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바다를 좋아했기에 잠수해 바다속을 구경하던 그는 조개 껍데기가 여러개 엉겨붙은 괴상한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괴생명체(?)는 조개를 내던지고 달아나버리는데, 그건 다름아닌 온몸에 조개를 두르고 경계하고 있던 문어였다. 문어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 그는 문어를 관찰하러 매일 다시마숲 속을 찾아가고, 주위 환경을 색과 질감까지도 완벽하게 흉내내어 위장하는 문어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의 실수로 사이가 틀어질 뻔도 하지만, 다시 재회했을 때는 마치 그를 알아보고 반갑다는듯 다리를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게 아닌가! 실제로 문어는 개, 고양이 혹은 하급 영장류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데다 뛰어난 시각과 인지력, 기억력, 사고력을 갖춘 생물이다. 이 문어는 특히나 개과(?)였는지 먼저 팔을 뻗어 교감을 시도하기도 하고, 헤어지기 싫다는 듯 주인공의 손에 붙어 물 위로 따라올라가기도 하고, 꼭 강아지가 재롱부리듯 주인공의 품에 안겨 다리를 부비기도 했다. 저게 강이진지 문언지 헷갈릴 정도. 문어는 종종 몸에 다시마를 두르고 다니기도 하고 몸 색깔을 어둡게 한뒤 다시마 흉내를 내며 흔들흔들(?) 걷기도 하는데 다시마 흉내 내는게 진짜 웃기다 ㅋㅋ 동공을 가느다랗게 펼때는 꼭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냥할 때는 조개껍질을 방패삼아 활용하기도 하고(도구활용) 사냥감의 특성에 맞춰 전략을 수정할 줄도 안다. (심지어 관찰중인 주인공을 지형지물(?)삼아 사냥에 활용하기도) 문어가 지능이 높은 이유는 진화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다양한 사냥감을 기억하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능력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일거란다. 그렇게 문어의 유혹(?)에 푹 빠진 주인공은 매일 문어를 찾아가 관찰하고, 교감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문어에 대해 공부하며 문어와 친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문어가 상어에게 공격당해 팔 하나를 잃는다. (주인공도 참 대단한게, 나라면 상어를 쫓아버리거나 했을텐데 그건 해양생태계의 균형을 깨는 일이라며 자제한다.) 팔을 잃은 문어는 하얗게 질린 채 굴에 틀어박히고, 주인공은 자기 팔이 잘린 듯한 고통을 느끼며 문어를 돌본다. 그는 문어가 그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듯 자신도 그럴거라며 어느샌가 자신과 문어를 동일시하고 있었다. 일주일 후 문어의 잘린 다리에서 조그만 새 다리가 돋아나기 시작하자 그는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그들의 사이는 더 돈독해졌고 세달 후 문어는 잃은 다리를 완벽하게 복원한다.
하지만 또다시 상어에게 쫓기게 된 문어. (그냥 데려와서 기르면... 안되겠지 ㅠㅠ?) 문어의 지능은 사냥할 때보다 사냥당할 위기에서 도망칠 때 더 빛나는 것 같다. 변신에 가까운 위장을 하기도 하고 다급하면 다시마를 타고 물 위로 올라가버리기도 하며 기어이 상어에게 직접 공격받는 상황에 처하자 조개를 방패삼아 방어하다가.. 놀랍게도 상어의 등 위로 휙 올라타버린다. 아니 이게 무슨 ㅋㅋㅋ 상어가 문어를 떼어내려 몸부림쳐도 빨판을 착 붙이고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어찌보면 상어를 말삼아 전차를 타는 것 같기도 하다 ㅋㅋㅋ 결국 문어의 승리. 하급 영장류급 지능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
뛰어난 지능으로 놀라움을 안겨주고 때로는 사냥감(?)인 물고기떼와 장난치며 놀기도 하다 쪼르르 주인공에게 달려와 품에 안겨 재롱을 부리기도 하는 사랑스런 문어. 이건... 개잖아? ㅠㅠ
하지만 너무나도 짧은 문어의 생애.. 문어를 만난지 일년 쯤 지났을 때 문어는 짝짓기를 하고 알이 부화할 때까지 굴에 틀어박혀 식음을 전폐하고 알을 돌보다 부화한 알들을 날려보내고 담담히 자신의 최후를 받아들인다.
반송장이 되어 굴에서 나온 문어가 물고기들에게 뜯어먹히다 상어에게 물려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던 주인공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는 데려가서 묻어줄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자연의 순리를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진짜 대단한 자제력이다... 문어가 죽은 몇 달 후 주인공은 해안가에서 아주아주 작은 새끼 문어를 발견하고 그 문어의 새끼일지도 모른다며 기뻐한다.
문어가 높은 지능을 지녔음에도 아직 해양생태계에서 돌고래 범고래급(?)이 되지 못한건 이렇게 짧은 수명과 부모세대의 습득지식을 자녀세대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한계, 독립적인 습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실제 문어의 인지력은 사람이 여럿 섞여있어도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정확하게 조준해서 먹물을 쏠 정도라고 한다. 줄을 당기면 먹이가 나오는 실험을 하면 줄을 당겨 먹이를 먹는건 당연하고 계속 시키면 띠꺼운듯 실험자를 향해 먹물을 쏜다고(...)
동물들과 지내다보면 그들이 생각보다 영리할 뿐 아니라 나에게 보여주는 순수하고 따뜻한 교감에 감동할 때가 많다. '한 동물을 사랑하기 전까지 우리 영혼의 일부는 잠든 채로 있다'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머리 속에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뭔가가 사르르 녹는 감동이 밀려올 때가 있다. 아니, 많다.
혹독하게 몰아치는 삶에 지쳤을 때 만난 한 문어. 그토록 놀라움과 감동을 주고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대자연의 섭리 속에 자신을 희생하는 문어의 삶을 통해, 무신경하게 바라봤었던 자연이 우리와 교감할 수 있는 놀라운 생물들로 가득차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한 우리 역시 거대한 대자연의 일부로 속해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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