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날다 리뷰(컨텐츠 리뷰)

[★] 죽도서핑다이어리- 리틀포레스트 하위호환, 그러나 완성도는 습작.

뱃살날다 2021. 1. 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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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죽도판 리틀포레스트의 하위호환, 그러나 완성도는 습작.

처음 느낌은 리틀포레스트의 동해버전 같았습니다. 페이크다큐같은 느낌으로 서핑으로 활기를 찾은 마을의 평화로운 일상이 보여집니다. 현지 주민들의 일상을 그대로 담은 느낌이라 낮에는 서핑하고, 밤에는 소소한 술자리를 가지는 소박한 일상이 (요즘 시국에는 더욱 그립기도하고) 보는것만으로 힐링처럼 느껴졌던것도 사실입니다.

초반에만요.
나도 지친 서울살이를 벗어나 한적하고 사람들 좋은 바닷가 가서 서핑이나 하면서 소소하게 지내고싶다는 생각이 들긴했는데,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초반을 벗어날수록 급격히 집중력을 잃고 산만해지기 시작해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매력없구요. 막판엔 현실성도 붕뜨면서 이 영화가 무슨 얘기를 하고싶은건지 모르겠어요.

여러인물들이 등장하고 각자 나름대로 사연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사연이 대수롭지 않게 다뤄지는데다 인물들이 자기 감정과 선택에대한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하는게 아니기때문에 관객들은 대체 누구의 어떤 이야기에 감정이입해야할지 몰라 집중력을 잃게됩니다.


 

죽도서핑다이어리



예를들어 주인공급인 전혜빈의 경우 (수정이라는 이름이 있긴하지만, 존재감이 없어서 기억에 안남아요) 그녀는 서울에서 콜센터 상담원으로 고객들의 진상짓에 시달리다 큰 컴플레인에 휘말려 복직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처음엔 그 전화를 기다리느라 바다에도 편히 못들어가고 언제든 떠날 사람처럼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본격적으로 서핑을 시작해 원하는 보드를 사기위해 배달알바까지 합니다. 사람들과 점점 가까워지며 처음엔 실수연발이던 그녀가 서핑대회에서 상까지 탈정도로 실력도 늘게되고, 그토록 기다리던 복직전화와 '여기서 서핑하다 겨울오면 호주가서 서핑포인트 찾아다니며 지내게해주겠다'는 친구의 프로포즈까지 받지만 결국 그녀의 선택은 복직도 포기하고 죽도에 남는 것. 이렇게만 보면 전혜빈의 성장이야기같지만, 그렇다기엔 그녀의 심리변화가 무게 있게 그려지지도 않고 그녀가 서핑에 빠진 이유도 명확치 않으며 성장의 정점이라할만한 서핑대회 수상조차 스쳐지나가는 하루처럼 대수롭지않게 처리됩니다. 그닥중요하지않은 주변인물의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리틀포레스트에선 혜원이 이야기의 흐름을 잡고있고, 그녀가 음식을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니 자연스레 감정이입하고 고향에 정착하기로 한 선택에 공감이 가는데 전혜빈의 경우는 붕떠있는 느낌이예요. 서핑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한다기엔 감성선 묘사도 불친절하고, 고향도 아닌곳에 앞날에대한 대책도 없이 머물기로 한 이유가 그냥 서핑이 좋아서? 공감이 잘 안가요.

비주의 경우도 서핑에 너무 홀릭해서 엄마의 걱정으로 서울로 돌아가야할 상황인데, 부모와 아이가 당사자끼리 결론을 내는게 아니라 비주가 떠나는날 마을사람들이 뜬금없이 나타나서 '가지말고 우리랑 서핑하자! 엄마오시면 엄마도 서핑을 좋아하시게 도와줄게! 우리랑 같이 놀자!' 한마디로 그냥 끝입니다. 애초에 비주의 고민도 그닥 중요치않게 그려졌지만, 그 해결도 싱겁게 급마무리되요.
이런 패턴은 다른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

전반적으로 만듦새가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초반의 힐링 느낌 외에는 메세지도, 캐릭터도, 영상미도, 줄거리도 아무것도 남지않아요.

학생의 습작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만들었지,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서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중요치않고 뭔가에 홀린듯 서핑만 하니까요. 서핑과 바다에 바치는 팬심을 그린 영화인데 내가 서핑에 문외한이라 감흥이 없는 건가? 싶기도하네요.

개인적으로 리틀포레스트 류의 힐링 영화를 좋아하고 앞으로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데, 이 영화는 많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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