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공짜 점심은 없다. 소셜미디어의 편리함을 누리며 우리는 무엇을 대가로 지불하고 있을까?
<뱃살날다 리뷰>
예쁜꼬마선충. 인간이 모든 DNA와 뉴런지도를 파악하고 있어 생물학계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생물이다. 신체 단면을 수천조각으로 나눈 뒤 모든 뉴런과 시냅스 신경망을 맵핑해서 업로드 했다고 한다. 인위적인 AI 없이도 컴퓨터에 입력한 뉴런정보만으로 실제 예쁜꼬마선충의 행동패턴을 그대로 구현하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고 하던데... 지금은 비록 아주 단순한 구조의 단세포 생물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DNA와 뉴런정보 등 필요한 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컴퓨터로 가상의 인간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어떤 대상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해서 기술로 가상의 복제를 만들어 낸다는 발상은 넷플릭스 - 블랙미러 에피소드에서도 접해본 적 있다. 한 에피소드에서는 기술발달로 개인이 자신의 복제AI를 만들어, 집안관리 등 잡다한 일을 그 AI에게 시킨다는 설정도 있었고,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죽은 남편이 인터넷과 SNS에 남긴 성격, 말투, 습관, 개인적인 정보를 토대로 남편의 (외모와) 성격을 그대로 구현한 안드로이드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아직은 어디까지나 영화 설정이지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성향과 흔적을 추적하는 현재의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다. 그리고 현실은 영화보다 더 소름끼칠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유튜브.. 현대의 가장 핫한 소셜미디어 출신 개발자들이 경고하고 있는 메세지.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답을 알려주고, 필요한 지식도 제공하며, 지루할 땐 재밌게 해주고 세상 돌아가는 일도 알려주며 친구들과 늘 연결될 수 있게 해주는 소셜미디어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걸까? 심지어 고맙게도 이 모든 편의들을 공짜로 제공하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광고를 보는게 귀찮긴 하지만. 우리가 누리는 편의성에 비하면 그정도야.)
그들은 말한다.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면, 바로 당신이 상품이다."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들이 인류애적인 선의와 기술발전에대한 순수한 열정만으로 우리에게 이 모든 것을 공짜로 누리게 해주는 걸까?
물론 아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있고 그들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기술을 디자인했다. 바로 수익. 그들의 수익은 광고주로부터 나온다. 그들은 광고주에게 '우리의 관심과 시간, 인터넷에 남긴 우리의 모든 정보'들을 판다. 광고를 더 오래 보게하기위해 더 자극적인 장치로 우리의 시선을 끌고, 실제로 구매할 확률을 더 높이기위해 우리에대해 집요하게 연구한다. 내가 뭘 검색했는지, 어떤 이미지를 봤고 얼마나 오래 봤는지, 어떤 시간대에 주로 뭘 보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분상태까지도 추적해서 가장 적절한 순간에 광고주의 상품을 슬쩍 들이밀고 우리가 현실생활이 아닌 소셜미디어에 더 오랜 시간 머물도록 유도한다. 사용자 하나하나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그로부터 정확한 예측 결과를 도출해서 상품구매율을 최대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27억개의 트루먼쇼다.
그들이 우리를 예쁜꼬마선충처럼 실험대 위에 올려놓고 뉴런과 시냅스 하나하나를 해부하듯 우리의 민감한 사생활, 개인정보, 내가 모르는 내 정보까지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그들의 선의만을 믿고 AI가 주는 말초적인 보상에만 매달려 있다.
기업이 개인정보를 해킹당했다는 뉴스를 들으면 내 이름, 내 전화번호 어떡하냐며 민감해하면서 SNS에는 더 중요한 개인 정보를 자발적으로 업로드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렇다.)
우리를 더 오래 소셜에 붙잡아 두기위해 슬롯머신처럼 디자인 된 시스템은 '좋아요'로 대표되는 말초적인 보상에 집착하며 우리를 소셜미디어에 중독되게 만들었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우리는 더이상 현실에는 관심이 없다. 예쁜 카페에 간 김에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는 게 아니라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기위해 예쁜 카페에 간다. 현실의 내가 아닌 인스타 속의 내가 진짜라고 착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사진을 보며 부러워하며 우울감에 빠진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좋아요를 받기위해 해괴한 일을 벌이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심지어 성형트렌드도 변했다. 예전엔 연예인 사진을 들고가서 누구처럼 만들어주세요, 라고 했는데 요새는 어플로 보정된 자기 사진을 들고가서 SNS 사진속의 자신처럼 성형해달라고 한다고 한다. SNS를 달고사는 미국 10대 소녀들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이게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전 세계 사람들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다루고 있는 이들 거대기업들이 선을 넘을 때 이를 제어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소셜미디어 없이는 친구의 전화번호 조차 떠올릴 수 없을만큼 기술에 의존하고 있으며 우리의 관심, 시간, 의식, 행동, 사고방식까지도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데, 거대기업들이 그 영향력을 무기처럼 휘두르려할 때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뭐가 문젠지 깨닫지도 못한다.
더 심각한 것은, 브레이크 없는 소셜미디어는 그 사회의 어두운 면을 끌어내고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의 거대한 영향력은 여러세력에 의해 가짜뉴스의 예처럼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또 자신의 관심사만을 보여주는 시스템은 사고방식을 극단적으로 몰고간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슈만 반복적으로 보여주니 편향확증은 강화되고 반대 입장에대해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게된다. 다양한 의견이 나올 환경 자체가 조성이 안되는 것이다. 중도가 희미해지고 극과 극으로 갈라지며 서로를 증오하게 된다. 한번 고착된 생각은 바꾸기도 쉽지 않다.
핵폭탄, 총, 폭탄... 인류를위해 개발된 기술이 거꾸로 인간을 위협하는 딜레마는 언제나 있어왔다. 기술은 동전의 양면처럼 사회를 눈부신 발전으로 이끌기도하고 사회의 곪은 상처를 더 썩게 하기도 한다.
이미 소셜미디어 기술 없이 사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기술에 계속 휘둘릴 수만도 없다.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을 경계하고 사업모델의 변화를 요구해야한다. 소셜을 사용하는 사람이 편향적인 관점에 빠지지 않도록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보여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하루종일 SNS 알람을 신경쓰고 있다면 당장 알람을 끄고 실제의 삶에 더 집중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바햐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우리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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