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들의 패자부활전.
미쓰백을 처음 볼 때 들었던 생각이다.
사실 원래 TV자체를 많이 보는 편도 아닌데다 걸그룹 전성시대였던 지난 10여년간은 나 역시 먹고사느라 무지 바빴기에,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왕년의 걸그룹 멤버 중에 내가 아는 멤버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한여름밤의꿀 때문에 레이나라는 이름 정도는 들어봤지만 얼굴도 몰랐고, 다른 그룹들도 이름은 들어봤고 노래는 들으면 아 그 노래 싶을 순 있지만 멤버들 이름도 얼굴도 전혀 모름..
심지어 첫편부터 본게 아니라 안무연습 나오는 부분부터 봤으니 더 했다.
왕년엔 잘 나갔으나 지금은 아닌 멤버들을 모아 경쟁시켜 곡 주는 경쟁 프로그램인가 했다.
보다보니 흥미가 생겨(투명소녀 곡이 중독성 있어서) 1편부터 정주행했는데.. 이제는 조금 달리 보인다.
우리 모두의 패자부활전.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세라가 밤중에 몇번이나 깨어나 피자니 케이크같은걸 먹고 일어나서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모습이나(우울증 때문에 먹는 약의 부작용으로 기억이 흐려진다고한다), 얼마 남지않은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은행에 찾아가 대출거절을 당하는 모습이나, 앉아있다가 두려움이 밀려올 때 괜찮아..괜찮아..괜찮아..스스로에게 되뇌이는 모습을 보고나서였다.
자신의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세라의 모습에, 계약에 얽매여 말로 다 못할 성희롱을 감당해야했던 가영의 사연에, 가족들을 사랑하고 행복하지만 자신의 꿈도 포기하고싶지 않고 치열한 경쟁 속에 자신이 다시 재기할 수 있을까 불안해하는 소율의 모습에, 하루를 쪼개고 쪼개 고된 알바를 하면서 꿈을위해 노력하는 유진의 모습에,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냉정한 현실을 버티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지는게 나 혼자만은 아닐것같다. 누구나 좌절을 겪고, 남몰래 울고 불안해하면서 스스로에게 괜찮아 괜찮을거야라고 되뇌인적이 있을테니까.
일단 감정이입이 되고나니 처음 봤을 때 '아니 왜 연습도 안하고 오지.. 절박함이 없네..' 싶던 안무연습실 장면도 우울함과 무력감에 침몰해있을 때 자신의 모습과 겹쳐지며 아이고 저걸 어째하며 안타까워하게 되는거다.
그래서인지 난 레이나, 세라, 소율의 투명소녀 무대가 다 좋았다. 레이나의 안정적인 무대도 좋았고 소율의 귀여움 그 자체인 무대도 너무 좋았고(미쓰백 보면서 점점 소율에게 빠져들고 있음..) 세라의 모던걸 버젼도 한편의 쓸쓸한 뮤지컬같고 무척 맘에 들었다. 목소리 음색에 슬픔같은게 있다고해야하나 다른걸 떠나서 마음을 끄는데가 있다.
원곡이 귀여우면서도 쓸쓸한 느낌이 있어서 귀여운 버전 쓸쓸한 버전 섹시한 버전(?) 등 다양한 버전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작곡가 입장에선 자기 허락없이 편곡을 했다면 기분 나빴을 것 같은데, 프로그램 제작이라는게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될 리 없으니 당연히 사전에 작곡가의 편곡에대한 동의과정이 있었을테고 그 이후에 준비를 했을 것 같은데.. 만약 정말 동의과정이 없었다면 그거야말로 놀랄 일일듯.. 구멍가게만한 회사에서도 비품 하나 사려면 당연히 사전에 구매품의를 받고 진행해야하는데..
아무튼 이번주 나다, 수빈, 가영, 유진의 무대도 기대된다. 어떤 다양한 무대를 보여줄지..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고하지만,(더구나 그렇게 젊고 예쁘고 능력있는 아이들을!) 그래도 개인적으로 깊은 아픔을 겪은 그들이 다시 잘 됐으면 좋겠다.
내가 미쓰백이라는 프로에 바라는 건 치열한 경쟁과 최고의 무대가 아니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를 위로하고 개인적인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지 싶다. 경쟁 이제 지겨워..
그거야말로 2021 트렌드 키워드인 "휴먼터치"에 부합하는 게 아닐까..?
6편까지 본 후 추가..
모두 잘 했고 투명소녀의 주인공이 된 유진 축하해요~
그리고 나만의 일등..
https://youtu.be/VPzFUBumM6Y
세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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